스펙과 스토리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이 경제부총리로 지명되었다. 아직 청문회가 시작되지 않았고, 국회를 통과해야 되지만 아마 무난히 통과해서 직을 수행할 것 같다. 전 정권에서 장관급 인사에 기용되었으나 직업공무원 출신에 정치적 색깔이 옅은 까닭이다.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인사를 두고, 고졸 신화, 흙수저 신화라고 대서특필을 한다. 그의 경력과 더불어 가장 강조되는 건 역시나 고졸이었다는 점, 청계천 판잣촌 출신이었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런류의 기사를 볼때마다 불편했다. 왜 불편한지 한번 생각해보았다.
1. 일단 김동연의 최종학력은 고졸이 아니다. 그는 한국에서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행시에 합격했으며 이후,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을 가서 미국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래서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의 총장을 역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졸신화는 정확한 수사가 아니다. 김동연 후보자의 최종학력은 미국최고의 주립대로 불리는 미시간대학교의 정책학 박사다.
2. 성공을 이룬 한 사람의 성취는 현재진형형인데 꼬리표로 따라붙는 스펙은 항상 과거를 겨냥하고 있다. 김동연 후보자는 57년생이고 가정형편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을 떄는 76~77년쯤이다. 후보자의 고졸이야기는 40년전 이야기라는 것이다. 지금 김동연 후보자를 있게한 스펙과 스토리는 대부분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것들이다.
스펙은 유독 40년전 사실에 집중함으로써 그 사람의 성취를 과거로 퇴행시켜 가둔다. 과거는 중요하다. 현재는 과거가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졸만을 강조하는 잘못된 정보는 의도와 다르게 현재의 성취를 빛나게 하는게 아니라 뭔가 불편하고 어색하게 만든다 아마 현실과 유리되어 있기 때문일거다. 후보자 본인도 토로하지 않았나? 내 안의 콤플렉스와 싸우는 게 가장 힘이 들었다고.
3.김동연 후보의 사례처럼 고졸신화 혹은 흙수저 신회가 스펙사회가 무너졌다는 상징도 아니며 일종의 징후조차 되지 못한다. 스펙을 파괴한 실력과 스토리는 예전부터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가 학벌과 스펙사회를 무너뜨리는 기능과 증거는 아니였다.
전혀 무관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스펙사회는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그들의 성취가 이렇게 조명받는것 자체가 그것들을 반증하고 있는것이다. 고졸과 흙수저에 매몰된 기사와 정보는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 아니라 일종의 예술과 환타지의 영역이다.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취하게 하고 희망을 가지게 하는. 그러니 사람들의 부딪히는 현실을 더 싸늘하고 매몰차게만 느껴지게 할 것이다.



스펙의 문제는 언제나 형평성의 문제를 동반한다. 예를들어 실력과 경험과 상관없이 대학교수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되고 논문실적이 있어야 하는것이다. 자격요건은 형평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것이다.
스펙사회를 없앨 수는 없다. 사회가 복잡하고 불확실할수록 스펙의 권위는 오히려 더 단단해질 것이다. 스펙은 인적자원의 최소한의 기대치에 대한 사회적 보증장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성이 높은…
그래서 제기되는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게 유지될 수 밖에 없다. 언제나 사회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불러오는 논쟁거리는 답이 존재하는 옳고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를 뭘로 두느냐의 가치선택의 문제다.
결국, 스펙사회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면,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된다. 차갑고 건조한 영역인 스펙을 보충해 주는 것들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건 스토리다. 스펙의 능력의 영역이라면, 스토리는 인간성의 영역이다. 스펙이 성취와 목표의 영역이라면 스토리는 타고난 영역이다. 스펙이 업무 기본자격요건이라면 스토리는 업무 전문성과 심화적인 부분에 관한 영역이다.
최근에 파파미 파파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각각 파도파도미담, 파도파도 괴담이라는 뜻이다. 스펙은 팔 필요가 없다. 이미 다 드러난 정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토리는 파야된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알리던, 주변에서 찾아내던 누군가가 능동적으로 그것을 찾아내야 알수있다.
파파미, 파파괴라는 신조어의 발생은,
적어도 공적인 영역에서는, 이제 대중들의 조금씩 스토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공적인 영역에 있어서 높은 성취는 이제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콘텐츠를 기본바탕으로 결국 도덕성과 인품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김동연 후보자는 파파미인듯하다, 뉴스를 통해, SNS를 통해 그 분의 미담사례가 계속 제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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