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교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심한 저성장 위기 닥친다 2
“최근 들어 인구절벽이라는 얘기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무얼 뜻하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어느 기업이나 시간이 흐르면 되겠지 하는 안이한 자세로 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닥칠 위기는 한국경제가 지난 60년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인구절벽이 소비절벽을 몰고 온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수상 평균 재임기간은 1년이 안됐다. 그게 무얼 뜻하는가. 소비급감의 사회적 파장은 그만큼 심각하다. 한국에선 내년부터 식당들이 문을 닫기 시작할 것이다. 식당이 닫고 이미용실이 닫고 노래방이 문을 닫는다. 이제까지 버는 대로 쓰던 청년층 인구가 감소하면서 소비가 급감해 바닥 상인들이 망한다.”그는 중국은 오히려 인구절벽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다고 한다.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한 것은 인구절벽 이후 나타날 소비절벽의 심각성을 인식했기74 때문인데 한국은 그 감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김 교수는 일본이 망가진 이유는 기업발 불황에 가계발 불황이 겹친 소위 ‘복합불황’ 때문이라며 한국이 닥칠 미래를 일본의 사례로 설명했다.“소비절벽 시대 기업은 매출이 끝없이 줄어든다. 매출이 정체되면 경쟁이 심해져 가격을 내리게 되고 그만큼 더 팔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매출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수요가 부족한 기업은 투자를 줄이며 가계소득이 감소한다. 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소비지출을 줄이면 경제는 더 위축된다.”김 교수는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한계선상에 있는 계층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가계가 노후대비를 하면서 병원비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자산을 축적한 일본 노령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게 대부분 사망 전 5~10년 동안 병원비가 급증하기 때문이란 것. 모아놓은 자산을 병원비로 다 날리면서 ‘병원난민’이 급증하고 ‘고독사’라는 사회적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만성 저성장의 새 기업환경 닥친다 김 교수는 한계 가구가 붕괴되면 중산층의 가격민감도가 극도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에 유니클로 같은 기업이 나타나고 저가 할인점이 급증한 것도 그래서라고 했다. 이자카야나 라멘 가게가 한국을 비롯한 외국으로 나온 것도 자국 시장이 와해된 때문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상상을 초월한 긴축을 해야 한다고 했다.“지금 한국 기업들은 공부하겠다고 조찬간담회에 참석하고 초청강연도 한다. 일본에선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그는 앞으로 닥칠 위기는 인건비나 잡비를 줄이는 단순한 일회성 대책으로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지난 20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된 가격하락과 역성장을 겪었다고 했다. 그게 디플레이션의 심각성이란 지적이다.김 교수는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모두 나선 면세점 경쟁은 수요 부족을 나타내는 단편적 증거라고 했다. 그만큼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만큼 앞으로 새로운 시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며 설령 새 시장이 나타나더라도 과거처럼 크거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 상황에선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김 교수는 한국이 인구절벽과 소비절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통일대박’ 밖에는 없다고 했다. 통일이 될 경우 시장이 급팽창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그렇지만 통일을 쉽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기업들은 생존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번 총선 때 돌을 던진 이들 대부분은 한계에 부딪쳤다. 어떤 정부도 소비절벽을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한국은 소비절벽 이전에 양극화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한국경제가 그만큼 빨리 늙어버렸다는 것. 김 교수는 기업들은 이제 탄력성이 떨어진 경제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끊임없이 원가절감을 하면서 해외시장에 나가고, 신시장을 개척하라는 것. 특히 전 조직이 영업력으로 무장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김현철 교수는서울대 경영대 출신으로 일본 게이오 비즈니스 스쿨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고야 상대, 츠쿠바대 교수로 있으면서 신일본제철 도요타 닛산 후지제록스 NEC 등 일본 유수 기업의 교육과 자문을 했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 SK텔레콤 포스코 아모레퍼시픽 등을 자문했다.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저성장시대’ ‘기적의 생존전략’ 등 3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